통통에서 마름으로, 마름 다이어트 저는 굳이 안 하고 싶어요

유튜브에 이런 영상이 종종 떠요.
- “통통에서 마름으로, 얼마나 걸릴까?”
- “뚱뚱에서 보통, 마름까지 구간별 팁”
- “보통에서 마름으로 -10kg”
마구 먹다가, 뱃살하고 팔뚝살 보여주다가 마지막 장면에서는 쏙 들어간 배, 잘록한 허리 보여주면서 끝나요.
그런 영상 보다보면 ‘어휴, 대단하다. 어떻게 저렇게까지 했을까.’ 싶다가도, 바로 다음 생각이 들어요.
저 몸, 진짜로 괜찮은 걸까?
마름을 향해 가던 생각의 관성, 잠깐 멈춰서 바라보세요.
그 방향이 내가 선택한 건지, 아니면 누군가 밀어넣은 건지 처음으로 구분하게 될 거예요.
나는 왜 마르고 싶었지?
제가 처음으로 ‘마르고 싶다’ 라고 생각했던 건 초등학교 5학년 때였어요.
2차 성징이 오면서 1년 동안 13kg가 불어났고, 한창 이성에 관심과 외모에 대한 관심이 커지던 그 때 약간의 놀림, 따돌림은 아니지만 애매한 소외감.
모두 왠지 제가 살이 쪄서 그런것만 같았거든요. 이 때의 마음이 저에게는 다이어트 강박으로 작용했던 것 같아요.
6학년 여름방학 때, 한 달동안 어머니가 해주시는 샐러드로 점심 저녁 먹고, 동네 PT샵을 매일 가서 운동하며 보통 체격으로 살을 뺐던 것 같아요.
그 상태로 20대까지 쭉 보냈어요. 체지방 20% 중후반, 혈액검사 정상, 이성 교제 하는데 큰 문제 없는 정도로, 뚱뚱하다는 놀림 더는 안 받을 정도로.
그리고 나서 결혼 준비를 하면서 인생 다이어트를 하겠다 마음을 먹고 그냥 마음속에 있던 상징적인 숫자 50kg까지 감량을 해봤어요.

날씬해졌다고 생각하니 잠시 기분은 좋았지만, 3~4개월만에 원점으로 돌아왔어요.
그 때 생각했어요.
나는 왜 마르고 싶었지?
그러게, 왜였을까요?
마른 몸이 목표였다면, 왜 마른 몸을 목표로 잡게 된 걸까요? 통통에서 마름으로 왜 가야 할까요?
외부에서 주입된 것(결혼 때는 다이어트를 해야해, 웨딩드레스를 입기 전엔 빼야해)을 내 목표로 생각하고 그냥 달렸고 막상 그 이후에는 그 어떤 것도 오래 남지 않았어요.
사실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어요. 결혼 후 사회인으로서 처음으로 가지게 된 직장에서 일하며 보람을 느꼈고,
좋은 사람들을 만나며 더욱 성장하고, 나를 갈고닦자는 마음가짐으로 하루하루 열심히 살다보니 뺀 살이 다시 찌는 것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어요.

그리고 그때 만났던 좋은 사람들은, 내가 살이 더 쪘다고 나를 달리 보거나 달리 대하는 사람들이 아니었어요.
반대로, 나의 겉모습이나 살이 찐 나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나의 반쪽 혹은 일부만 보고 섣불리 판단하는 사람들이라 생각하고 거리를 두기로 생각했죠.

살찐 사람이 더 오래 산다고?
한편, 유튜브에 “뼈말라” “마름 다이어트” 같은 영상도 뜨지만, “뚱뚱한 사람이 더 오래 산다”는 영상도 떠요.

출처 : 언더스탠딩 – 살찐 사람이 더 오래 삽니다(서울대병원 이승훈 교수)
이런 영상은 또 나름대로의 위로나 안도감을 주는 것 같아요. 그럼 우리는 오래 살아야하니까 살을 찌워야할까요? 뚱뚱해야 할까요?

마르지 않아서 불편했던 순간이 있었나요?
먼저 질문 하나를 드리고 싶어요.
마르지 않아서 불편했던 순간이 있었나요? 만약 있었다면 그 불편함이 어디서 왔는지 한 번 생각해보세요.
밖에서 온 불편함
별 생각 없다가도 통통에서 마름, 뼈말라 연예인 피드 보고 나서 갑자기 괜히 내 몸이 마음에 안 드는 경험, 아마 기분 탓은 아닐 거예요.
SNS에서 이상적인 몸 이미지에 노출될수록 자기 몸에 대한 불만족이 높아지고, 이는 식이 제한 행동과 연관성이 확인됐어요. (Sanzari 외, 2023, Eating Behaviors ★★)
특히 단순히 오래 보는 것보다 어떤 콘텐츠를 보느냐가 더 결정적이에요. 다이어트·체중 감량 콘텐츠에 노출될수록 그 효과가 강해져요.
밖에서 온 불편함이에요. 내 몸이 진짜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, 내가 무엇을 보고 있었는지에서 온 불편인 거예요.
마음에서 온 불편함
근데 이게 오래 반복되면 어느 순간 내 목소리처럼 느껴지기 시작해요.
“날씬해야 해“가 남이 나에게 한 말인지 내가 결심한 것인지 구분이 잘 안돼요.
심리학에서는 이걸 마름 이상화의 내면화(thin-ideal internalization)라고 해요.
미디어와 주변이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몸의 기준이 내 가치관으로 흡수되는 거예요.
78개 연구 39,491명을 종합한 메타분석 결과 이는 신체 불만족과 매우 강한 상관관계를 보였어요.
(Paterna 외, 2021, International Journal of Eating Disorders ★★★)
지금 돌이켜보면 저도 그랬어요.
어릴 때 소외감이 “날씬해야 해”라는 다이어트 강박을 만들었고, 몸을 바꿨더니 실제로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지는 경험을 하면서 더 깊이 박혔어요.
그때는 그것이 내가 선택한 기준인 줄 알았는데, 사실 외부가 심어준 거였어요.
처음엔 밖에서 왔는데, 내 것이 되어 버린, 남의 기준인 거죠.
몸에서 온 불편함
진짜로 몸이 신호를 보내는 경우도 있어요.
쉽게 피로하거나, 생리 주기가 불규칙하거나, 이유 없이 체력이 떨어지거나.
저의 경우, 일정 수준 이상 체지방률이 올라가니 다낭성난소증후군(PCOS) 증상으로
생리 주기가 아무 이유없이 7일~10일 늦어지거나, 불안정한 호르몬 상태로 계속 월경전증후군(PMS) 증상이 길어져서 힘들었던 적이 있어요.
실제로 다양한 국제 통합 가이드라인에서는 다낭성난소증후군(PCOS) 여성이 과체중일 경우, 5~10%의 체중 감량은
인슐린 저항성 개선, 고안드로겐혈증 감소, 배란 회복 등 유의미한 효과가 있음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었고, 그때
이건 무시하면 안되겠지만, 이 경우에도 정답이 반드시 마름은 아니에요.
나에게 다이어트와 관련된 마음 한 켠의 불편함이 있었다면 원인을 찾아 해결해야 합니다.
만약 내가 마르지 않아서 불편했다면,
- 그 원인이 밖에서 온 거라면 → 내가 보는 것을 설계해야 해요.
- 마음에서 온 거라면 → 그 기준이 내 것인지 되물어야 해요.
- 몸에서 온 거라면 → 원인을 찾아야 해요.
이 질문들은 여러분께 불안을 주려는 게 아니에요. 내 불편함이 어디서 왔는지 알면, 훨씬 가볍고 빠르게 대응할 수 있거든요.
지금의 저는 제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에서 건강을 챙기고 싶어요.
저는 통통에서 마름으로 가는 길 대신, 귀한 시간은 쪼개어 소중한 곳에, 한정된 의지력은 조금 더 중요한 곳에 쓰고 싶어요.
여러 논문을 살펴보면서, 그리고 스스로를 알아가면서 저에게 마름은 현재의 우선순위가 아니고, 목표가 아니어도 되는 이유가 지금은 명확히 있거든요.
여러분은 셋 중 어디 해당하셨나요? 왜 마르고 싶었는지 이유를 찾으셨나요?
다음 글로는, 마름으로 가는 과정에서의 험난한 여정, 그리고 기회비용으로 지불해야하는 것, 도사리는 위험 등에 들에 대해 글을 적어볼게요.
